질문게시판

질문에 대한 답변을 드리기 전에 먼저 몇가지 술어에 대해 확인해둡시다. 아시다시피 《개》, 《층》과 같이 무엇을 셀 때 쓰는 말을 《단위명사》라고 하고 《한, 둘》이나 《일, 이》와 같이 수를 나타내는 말을 《수사》라고 합니다. 또 수사가운데서 《한, 둘》과 같은것을 《고유어수사》, 《일, 이》 같은것을 《한자어수사》라고 합니다.

질문하신 내용 다시말하여 단위명사앞에서 어떤 경우에 고유어수사를 쓰고 한자어수사를 쓰는가 하는데 말한다면 한마디로 말할수 있는 절대적인 규칙 같은것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다만 일정한 경향성 같은것은 찾아볼수 있으므로 여기서는 그러한 내용에 대하여 몇가지로 정리해보겠습니다.

첫째로, 수량을 말하는 경우에는 고유어수사를, 순서를 말하는 경우에는 한자어수사를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무엇을 셀 때는 그것이 얼마만 한 분량인가 하는 수량을 세는 경우가 있고 그것이 몇번째 차례인가 하는 순서를 세는 경우가 있을것입니다. 례컨대 《한마리, 두마리》라는 말은 어떤 동물의 마리수가 얼마나 되는가 하는 수량을 세는 말이고 《일등, 이등》이라는 말은 어떤 대상의 등수가 몇번째인가 하는 순서를 세는 말입니다. 《마리》와 《등(等)》에 보는것처럼 수량을 말하는데는 고유어수사가, 순서를 말하는데는 한자어수사가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 수량: 그루(한그루), 개(한개), 돐(쉰돐), 대(차 한대), 명(한명), 벌(옷 한벌), 장(종이 한장), 척(배 한척), 컬레(한컬레), 통(전화 한통), 알(한알)

- 순서: 급(級 일급), 기(期 일기), 과(課 일과), 련(連 일련), 반(班 일반), 세(世 일세), 장(章 일장), 절(節 일절), 조(条 일조), 항(項 일항), 탁(卓 일탁), 호(号 일호), 회전(回戦 일회전)

우리 생활이나 남쪽에서는 한자어수사를 쓰는 단위명사도 그것이 수량을 말하는것이라면 고유어수사를 쓰군 하기때문에 주의하여야 합니다.

- 3배의 힘: × 삼배 ○ 세배

- 시조 6수: × 륙수 ○ 여섯수

단위명사들가운데는 수량을 세는데도 쓰이고 순서를 세는데도 쓰이는것이 있는데 보통 수량을 말할 때는 고유어수사가, 순서를 말할 때는 한자어수사가 쓰입니다. 질문하신 《층(層)》도 《일층, 이층》과 같이 말하면 몇번째 층인가 하는 순서를 말하는것이 되고 《한층, 두층》과 같이 말하면 몇개 층인가 하는 수량을 말하는것이 됩니다. 몇가지 실례를 더 들어봅시다.

- 권: 소설책 한권 - 소설책 일권

- 번: 회수 한번 - 순서 일번

- 단: 계단 두단 - 태권도 이단

- 부: 신문 두부 - 영화 이부(두번째 부)

- 조: 학급을 두조로 가르다 - 이조부터 먼저 시작하다

- 세대: 아버지 새대와 우리 세대의 두세대 - 혁명의 일세대

- 페지: 책을 두페지 읽음 - 교과서 이페지에 쓴 내용

- 학기: 세학기로 구성된 과정안 - 삼학기 기말시험

둘째로, 과학적인 단위나 화페의 단위 같은 경우에는 그것이 수량을 나타내는 말이라고 할지라도 한자어수량수사로 말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 감마, 뉴톤, 볼트, 암페아, 끌롱, 광년, 도(度), 켈빈, 마력…

- 프랑, 원(조선돈), 엔(일본돈), 웬(중국돈)…

셋째로, 현재 우리 나라에서는 원래 한자어수사를 쓰는 말인 경우에도 그것이 수량을 말하는 말이고 생활적으로 많이 쓰이는 말인 경우에 고유어수사를 많이 쓰는 경향이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것을 한자어수사로 말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 사탕가루를 5g 넣었다. (다섯그람)

- 소고기를 3kg 사왔다. (세키로 / 세키로그람)

- 천을 2m 길이로 짤랐다. (두메터)

- 료금이 10딸라 나왔다. (열딸라)

- 상대팀이 2점을 더 넣었다. (두점)

- 시일이 2주일 걸린다. (두주일)

단위명사에 따르는 수사선택은 좀더 복잡한 내용들을 안고있는데 서두에 말씀드린것처럼 여기서는 경향적인 문제에 대하여서만 몇가지로 적었습니다. 때문에 생활적으로 많이 쓰는 단위명사인데도 불구하고 여기서 취급하지 않은것들도 더러 있는데 그 점 량해하여주시기 바라며 개별적인 단위명사에 대하여 물어보실것이 있으시면 따로 질문하여주시기 바랍니다.